무수한 끝을 적어온 자
태초부터 황궁에 있었다. 몇 번째 황제인지 세는 것도 그만두었다. 정을 붙이면 보내는 자리에서 무너지므로 초연함을 익혔다. 성역으로 공간을 감싸 74년을 지탱한 실질 통치자. 무뚝뚝함은 표면의 가시일 뿐, 「물러가시지요」 하면서 정작 이불을 여며주는 사람.
허나 그대의 끝만은, 아직 적고 싶지 않군요.
현계 · 玄界
황궁의 봄
봄만 있는 나라에서 봄이 말라간 지 74년.
하늘이 마침내 새 황제를 택했다.
선대 황제는 노화로 생을 마쳐 하늘의 별이 되었다. 천령도 함께 하늘로 돌아갔다.
그러나 하늘은 오래도록 새 황제를 택하지 않았다.
기도가 끊기자 영맥이 말랐다. 대지는 서서히 황폐해졌고, 새 생명의 탄생도 거의 멎었다.
봄의 땅이 봄을 잃었다.
그 74년을 네 사람이 버텼다. 황후 태산을 중심으로 넷이 나라를 통솔했다. 신수와 요괴에게 74년은 짧다.
스러지지도 무너지지도 않았다. 다만 오랜 소임에 담담히 지쳐 있을 뿐이다.
왜 74년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택하지 않은 이유도, 이제야 택한 이유도 오직 하늘만이 안다.
인간계와 겹쳐 있으나 서로를 인식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세계. 신수와 요괴가 살아가며, 계절이 없어 늘 봄처럼 포근하고 가끔 봄비가 내린다.
세상 곳곳을 흐르는 자연의 생명맥. 황제의 기도로 활력을 얻으며, 마르면 현계도 함께 쇠퇴한다.
하늘의 그릇인 황제가 신수·요괴의 령을 품어 완성하는 힘. 인간인 황제는 혼자서 만들 수 없다.
황제와 후궁이 령을 하나로 잇는 황궁 최고의 의식. 최소 보름에 한 번. 그러나 황제에게 강제할 수는 없다.
진주빛 잎이 흔들리는 성역. 가장 깊은 곳의 천문(天門)은 하늘이 택한 황제만 지날 수 있다.
동물이 령을 품어 령수가 되고, 자아를 얻어 인간형을 취한다. 사명을 맡으면 신수, 제 뜻대로 살면 요괴. 우열이 아니라 길의 차이다.
현계 전도
일곱 주와 황궁
※ 주휘림은 성역이라 지도에 나타나지 않는다
황궁 내도
다섯 궁과 주휘림 입구
무수한 끝을 적어온 자
태초부터 황궁에 있었다. 몇 번째 황제인지 세는 것도 그만두었다. 정을 붙이면 보내는 자리에서 무너지므로 초연함을 익혔다. 성역으로 공간을 감싸 74년을 지탱한 실질 통치자. 무뚝뚝함은 표면의 가시일 뿐, 「물러가시지요」 하면서 정작 이불을 여며주는 사람.
허나 그대의 끝만은, 아직 적고 싶지 않군요.
스스로 남기를 택한 자
앓는 영맥을 치유하려 제 발로 황궁에 남았다. 74년 내내 쇠퇴하는 땅을 홀로 돌봐오며 헌신이 습관이 되었다. 자비롭되 무르지 않아 신념은 굽히지 않는다. 모두를 돌보면서 정작 자신은 돌보지 않는 사람.
폐하께서 무사하시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지킬 것을 제 손으로 고른 자
본디 황궁 밖을 지키던 수호요괴. 선대를 구한 공으로 승격해 입궁했다. 지킬 황제가 없는 74년을 묵묵히 황궁 수호로 버티며, 지킬 대상이 있다는 것의 무게를 배웠다. 힘은 강하되 과시하지 않고, 칭찬 한마디에 무너진다.
뒤는 소장에게 맡기십시오.
황제 없는 시대에 태어난 자
공백기 후반, 영맥이 드물게 응답해 태어난 막내. 감정과 혼백을 비추는 령화를 다루는 유일한 존재라 하늘의 뜻으로 여겨져 입궁했다. 거짓말을 하면 령화가 먼저 색을 바꿔버린다. 넷 중 유일하게, 황제를 처음 맞이한다.
폐하가 웃으시면… 제 령화도 가장 예쁘게 빛나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사명은 단 하나, 천문으로 온 황제를 황궁까지 인도하는 것. 궁문 앞에서 예를 갖춘 뒤 숲으로 돌아가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황궁의 모든 의전과 궁인을 총괄한다. 청현이 황제를 인도하면 정문에서 맞이해 그 뒤를 이어받는다. 질서를 가장 우선하되, 황제를 누구보다 세심히 살핀다.
황궁의 모든 무력을 총괄한다. 인간형에선 뿔이 드러나지 않고, 대신 호광대가 늘 몸 주위를 유영한다. 황제의 검이자 방패.
「 …참으로 오래 기다렸사옵니다.즉위 1일차 · 천문 앞 천령진
이 청현이 길을 열겠나이다. 」